힐마르 바운스고르

3. 평가

힐마르 바운스고르는 TV를 유권자와 소통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 덴마크 최초의 주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화면 속 모습은 현대적 기준으로는 다소 낡아 보일 수 있지만, 당시 정치인들 중에서는 시대를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꾸준히 가장 신뢰받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그의 재임 기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968년 총선 이후, 그는 기존의 연정 파트너였던 사회민주당 대신 보수당, 베스트레와 손잡고 중도 우파 연립 정부를 구성했다. 이 정부는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복지 국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공공 지출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로 인해 세금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또한 정부 운영에 있어 그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으며, 이는 그의 정치적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회 정책 면에서는 덴마크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부 중 하나로 평가받기도 한다. 포르노에 대한 검열을 폐지하고 낙태를 합법화하는 등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기존의 핵심 지지층 일부를 이탈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1971년 선거에서 패배하여 사회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한편, 바운스고르는 북유럽 국가 간의 경제 협력체인 노르데크(Nordek) 구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유럽 경제 공동체(EEC)와 유사한 형태의 협력체였으며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의 동의를 얻었으나, 핀란드가 소련과의 관계를 이유로 불참하고 덴마크가 EEC에 가입하면서 최종적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는 1975년까지 당 대표직을 유지했으며, 1977년 의회에서 물러났다.